당신은 5월을 닮았군요
你似人间五月天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난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을 가장 좋아한다. 5월의 속성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자라다’가 아닐까 싶다.
5월을 뜻하는 메이May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와 증식增殖의 여신 마이아Maia에서 왔다. 5월이 되면 모든 게 쑥쑥 자란다. 들판의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고 사람의 감정도 충만해진다.
몇 해 전 5월, 한 여인을 향해 내 안에 숨어 있던 수줍은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그 고백은 햇빛이 못 미치는 우물 속 깊은 곳에서 순수한 수맥水脈을 퍼 올리는 일처럼 조심스러웠다.
난 은밀하게, 섬세하게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 표현을 고르고 고른 끝에 “사랑해요” “좋아해요” 같은 말 대신 “당신 정말이지 5월을 닮았군요” 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고백했다.
물론 이는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여주인공에게 들이댄 “당신의 눈동자를 위해 건배”라는 대사만큼이나 간질간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진심은, 인간이 행하는 거의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사랑이란 감정은 은유隱喩와 무척 닮았다. 사랑이 싹트면, 아무리 목석 같은 사람도 ‘내 마음은 호수요’ 식의 은유적 문장을 습관적으로 동원해 연정을 드러내곤 한다.
마음이라는 종이 위에 시적인 표현이 시도 때도 없이 자라기 때문이다. 몇몇 작가들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사랑은 메타포로 시작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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